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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세이]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끄적, 오늘도 도담 2020. 12. 18. 01:29

    나는 서울이 싫다.
    빌딩숲, 빠르게 흐르는 서울의 시간,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바쁜 서울이 싫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쉬는 날이 생기면 새벽부터 차를 몰고 지방으로 갔다. 산을 오르러도 가고 바다를 보러도 가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도 움직였다. 쉬는 날이 잘 없는 편이어서 혹여 스케줄이 없는 일요일이 생기면 무조건 떠났다.


    당일치기로 새벽에 떠나서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돌아오는 일이 많다보니 식사에 신경을 많이 안쓴다. 식도락이 최고다!라는 분들도 많지만, 내게는 더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커피에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쿠키 등으로 가볍게 먹고 돌아다니는 일이 많다. 나는 자연이 너무 좋다. 생동감 넘치는 초록잎이 춤을 추듯 흔들리는 것을 보는 일이 너무 좋다. 정상에 오르는 길,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한폭의 산수화같은 우리나라의 산세가 너무 좋다. 맑고 파아란 바다에 햇빛이 촤르르 펼쳐지면 기다렸다는듯 일렁이는 물결과 모레사장으로 달려와 하얗게 피어나며 안기는 파도도 너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맑고 보송한 햇살이 볼에 닿을때의 따듯함과 그 반짝임이 너무나도 좋다.



    혼자 떠날때의 느낌도, 함께 떠날때의 느낌도 모두 좋다
    혼자만의 충분한 사색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시간도 좋고 함께하는 가운데 다른이의 시선과 감정을 전해듣는 것과 같은시간 같은장소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근사한일이다. 정말이지 전혀 다른 타인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다.
    언제나 되어야 여행을 갈 수 있게 될까?
    언제나 되어야 멋진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함께하는 일들을 멈춰야 하는건 정말 힘든 일이다.
    크나큰 즐거움이 덜컥 멈춰버리니 정말 힘든 일이다.
    바쁜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만큼...!


    휴대폰만 보며 걷는 사람들, 오늘의 노을이 주황색인지 보라색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가을 끝자락에 달려있던 가로수의 잎사귀가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린 서울의 빠른 발전과 앞선 문화, 나는 바쁜게 싫다. 나는 적당히 느린게 좋다.

    걷다가 잠깐 멈춰 하늘을 보는 것
    예쁜 양장본 시집을 사서 읽는 것
    오늘의 노을은 무슨 색인지 확인하는 것
    길가에 앉아 바람이 잎사귀를 간지르는 것을 보는 것
    바다 옆에 앉아 일렁이며 찰랑거리는 빛을 보는 것
    나는 그런 것들이 좋다.

    코로나가 미운 것은 우리들의 추억까지도 멈추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기억이 지금이 아닌 추억이 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모두가 안전한 상황속에서 서로의 미소를 보며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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